주님,
말씀 앞에 서 있습니다.
듣고 있는 것 같지만,
어딘가에서는 이미
결정이 끝나 있는 상태로 서 있습니다.
내 마음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미뤘고, 흘려보냈고,
조용히 지나왔습니다.
주님,
십자가 앞에 서 있습니다.
그 앞에서
내가 몰랐던 것이 아니라
무엇을 붙들고 있었는지가 드러납니다.
불안하지 않으려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조금씩 나를 지켜내던 선택들.
그것들이 나를 살린 것이 아니라
멀어지게 했음을 보게 하옵소서.
오늘은 피하지 않겠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한 번 더 머뭅니다.
설명하지 않고, 버티지 않고,
그대로 서 있습니다.
변명이 아닌
연약한 나를 받아 들이게 하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유하고 겸손하게
나아가게 하소서.
주님,
내가 붙들고 사는 하루가 아니라
이미 붙들려 있는 하루를 믿습니다.
판단하지 않고, 조용히 따르겠습니다.
함께 하여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