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위기가 오면 저는 너무 빨리 계산합니다.
기도하기도 전에 이미 답을 정해 두고,
말해도 될 것과 숨겨야 할 것을 나누고,
지켜야 할 것과 포기해도 될 것을
혼자서 조용히 결정해 버립니다.
그 선택을 ‘현실적이다’라고 부르며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많은 계산 속에 주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주님,
저는 위기를 없애 달라고 기도하면서도
정작 위기 한가운데서
주님을 먼저 부르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믿음보다 안전을,
순종보다 통제를 더 신뢰했던 제 마음을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주님,
제가 무너지기 직전에
이미 길을 잘못 틀어버린 뒤에
아무도 모르게 개입하셔서
상황을 멈추게 하시고
더 깊은 절망으로 가지 않게 막아 주셨던
그 순간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우연처럼 보였던 그 장면들,
운이 좋았다고 넘겨버렸던 시간들 속에
여전히 저를 놓지 않으셨던
주님의 손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도 제가 설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제가 흔들릴 때마다
주님이 먼저 붙드셨기 때문임을 믿습니다.
주님,
때로는 믿지 않는 이의 말이
저를 더 부끄럽게 할 때가 있습니다.
나보다 신앙의 언어가 적은 사람의 선택이
더 정직하고, 더 책임 있어 보일 때
제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 불편함을 판단으로 덮지 않게 하시고,
거리를 두며 외면하지 않게 하소서.
그 자리가 저를 정죄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다시 사람답게, 다시 빛의 사람답게 살라고 부르시는
주님의 초대임을 알아보게 하소서.
주님,
아브라함의 실패 한가운데서도
약속을 지키신 하나님,
부족한 선지자의 기도를 통해
생명을 회복시키신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봅니다.
우리의 계산을 대신 짊어지시고,
두려움의 끝에서 끝까지 아버지를 신뢰하셨던 그분을 봅니다.
주님,
오늘 저는 완전한 믿음을 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위기 속에서도 계산을 멈추고
주님을 먼저 부를 수 있는 은혜를 구합니다.
저를 붙드시는 분이 제가 아니라 주님이심을 믿고,
오늘도 그 손을 의식하며 한 걸음 걷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