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위에 말씀하시는 하나님, 새해를 여시는 하나님의 첫마디
이야기로 읽는 묵상
성경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그 시작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정돈되고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창세기는 솔직하게 말합니다. 땅은 혼돈하고 공허했고, 어둠이 깊음 위에 있었으며, 아무것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혼돈의 한가운데에서 하나님은 정리부터 하지 않으셨습니다.
계획부터 설명하지도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빛이 있으라.” 빛은 노력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말씀이 선포되자, 빛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빛을 보시고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빛과 어둠을 나누시고, 그날의 끝을 이렇게 정리하십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하루의 시작이 아침이 아니라 저녁이라는 이 문장은 성경이 말하는 시간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보통 “아침이 와야 하루가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은 어둠을 통과한 후에야 아침을 선언하십니다. 이것은 창조의 리듬이자,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입니다.
새해의 첫날, 우리는 흔히 정돈된 계획, 분명한 방향, 확신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창세기 1장은 말합니다. 하나님의 일은 언제나 혼돈 한가운데서 시작된다고. 하나님은 혼돈을 싫어하셔서 떠나시는 분이 아니라, 그 위에 말씀하시기 위해 오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늘 생명을 낳습니다. 빛을 부르고, 질서를 세우고, 마침내 이렇게 선언하십니다.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하나님은 세상을 만들며 평가자가 아니라 기뻐하시는 창조주로 등장하십니다. 노래하듯, 반복하듯, “좋다, 좋다, 참 좋다.” 새해의 첫 아침, 아직 내 삶이 정리되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열고 계십니다.
묵상과 성찰 3가지
지금 내 삶에서 ‘혼돈하고 공허하다’고 느껴지는 영역은 어디인가요?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마음의 부분을 하나님 앞에 숨기지 않고 그대로 떠올려 봅니다.
그 혼돈 한가운데에서, 하나님께서 지금 나에게 가장 먼저 하실 말씀은 무엇일까요?
‘고쳐라’, ‘정리해라’가 아니라 ‘빛이 있으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상상해 봅니다.
새해의 이 아침, 결과보다 먼저 하나님께 맡기고 싶은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확신이 없어서 미루어 두었던 것, 불안해서 붙잡고 있던 것을 오늘 하루만이라도 주님의 시간에 내려놓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