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읽는 묵상
비가 많이 오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길은 평소보다 더디고, 마음은 평소보다 먼저 서두릅니다. 이런 날에는 무엇을 이루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할지 모릅니다.
이사야 39장의 히스기야는 뜻밖의 자리에서 무너집니다. 병들었을 때가 아닙니다. 병에서 나은 뒤였습니다. 죽음을 앞두었을 때 그는 하나님께 울며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회복되고, 바벨론에서 축하 사절단이 찾아오자 이번에는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보여주고 싶어졌습니다. 보물도, 무기고도, 창고도 열어 보여 줍니다. 여기에 인간의 마음을 꿰뚫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람은 부족할 때 하나님을 찾지만,
채워지고 나면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믿음을 흔드는 것은 언제나 고난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일이 잘 풀리고, 인정받고, 마음에 여유가 생길 때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은혜를 나의 능력에 대한 증명으로 바꾸기 시작합니다.
히스기야의 문제는 보물이 많았다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것을 통해 하나님보다 자신이 크게 보이기를 원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무언가를 보여 주며 살아갑니다. 능력, 성실함, 성과, 괜찮은 모습. 그러나 신앙은 아무것도 이루지 않는 삶이 아닙니다.
이룬 것을 ‘나를 증명하는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삶입니다.
월요일 아침, 굳이 나를 증명하며 하루를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가 내리고 계획이 조금 틀어져도,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 하나님이 얼마나 신실하신 분인지 잊지 않는 것입니다.
은혜는 우리가 자랑할 만한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랑할 것이 주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선물입니다.
기도문
주님,
받은 은혜를 어느새 제 능력처럼 내세우지 않게 하소서.
오늘 무엇을 이루든
저를 드러내기보다 주님을 기억하게 하시고,
사람의 시선에 제 마음을 맡기지 않고
이미 주님께 사랑받는 사람답게 조용히 제 몫을 살아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