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읽는 묵상
수요일쯤 되면 마음이 조금 정직해집니다. 월요일에는 새롭게 시작할 힘이 있었고, 금요일에는 끝이 보인다는 기대가 있지만, 수요일에는 지금 내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가 보입니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남아 있고, 기다리던 소식은 오지 않고, 노력한 만큼 달라진 것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까지 판단합니다. 열매가 보이지 않으면 뿌리까지 죽었다고 생각하고, 변화가 느껴지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합니다.
그래서 지친 날에는 현실보다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먼저 메말라갑니다.
그런 우리에게 이사야 35장은 뜻밖의 장면을 보여 줍니다.
광야에 꽃이 피고, 메마른 땅에서 물이 솟고, 걷지 못하던 사람이 뛰며, 말하지 못하던 사람이 노래합니다. 성경은 광야가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광야가 마지막 장면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지친 사람들에게 무조건 힘을 내라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굳세어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신 뒤 그 이유를 말씀하십니다.
“보라 너희 하나님이 오사.”
믿음은 내가 스스로 강해지는 기술이 아닙니다.
나에게 오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 담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자리에도 하나님이 오시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광야를 없애기만 하지 않으십니다.
그 광야 한가운데
‘거룩한 길’을 내십니다.
우리는 자꾸 광야를 빠져나갈 길을 찾지만, 하나님은 때로 광야 자체를 길로 바꾸십니다.
오늘 해결되지 않은 일이 내 인생이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아직 변하지 않은 사람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내 안에서 반복되는 연약함 때문에 하나님의 일이 멈춘 것도 아닙니다.
아직 피지 않았다고, 죽은 것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땅 아래에서 봄은 이미 시작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내 인생 전체를 판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요일의 피곤함으로 내일의 가능성을 결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내 조급함의 시간표를 따라 움직이지 않지만, 결코 잊히지 않습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광야를 단숨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오늘 내어 주신 길을
오늘만큼 걷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며 “이제는 달라질 것이 없다”고 단정하고 있는가?
그 자리에도 하나님이 오신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오늘의 한 걸음은 어떻게 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