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읽는 묵상
사람은 무언가 무너지면 본능적으로 복구부터 생각합니다. 업무에서 실수하면 더 촘촘한 계획표를 만들고, 관계가 틀어지면 더 적절한 말을 준비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릴 방법을 찾으며, 신앙이 메말랐다고 느끼면 새로운 책이나 강의를 찾아봅니다. 물론 이런 노력은 필요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데 몰두한 나머지, 왜 무너졌는지를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북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습니다.
“벽돌이 무너졌으나 우리는 다듬은 돌로 쌓고 뽕나무들이 찍혔으나 우리는 백향목으로 그것을 대신하리라.”
벽돌이 무너지자 더 좋은 돌을 준비합니다. 값싼 뽕나무가 잘리자 더 고급스러운 백향목을 심겠다고 말합니다. 얼핏 들으면 절망하지 않는 사람들의 용기처럼 보입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긍정적인 태도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믿음이나 회복탄력성으로 보지 않으셨습니다.
본문은 그들의 말을 “교만하고 완악한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고 평가합니다. 하나님께서 무너뜨리신 이유를 묻지 않은 채, 더 크고 더 화려하게 재건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무너짐을 실패로만 해석하면, 우리는 더 단단한 우상을 세웁니다 우리는 어려움을 만나면 가장 먼저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이전의 평판을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손해를 만회할 수 있을까?” 그러나 성경은 그보다 먼저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일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내 안의 무엇을 드러내고 계시는가?”
어떤 사람에게 무너짐은 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사건이 아니라,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던 마음을 드러내는 사건일 수 있습니다.
관계의 갈등은 단순히 상대방과 성격이 맞지 않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사역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더 좋은 프로그램과 더 정교한 전략을 찾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때로 사역의 결과보다 더 깊은 곳을 만지십니다.
“너는 정말 나를 의지했느냐?” “사람들의 반응이 좋을 때만 나의 사랑을 확신한 것은 아니냐?” “열매를 맺는 것보다 열매를 맺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더 원한 것은 아니냐?” 북이스라엘의 문제는 벽돌의 질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무너진 벽보다 무너지지 않은 자기 확신을 더 붙들고 있었습니다. 현실은 무너졌지만, 자신에 대한 판단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삶은 경고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 경고를 재도약의 재료로만 사용했습니다. 우리도 고통을 겪으면서 얼마든지 교만할 수 있습니다.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자기중심성을 내려놓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회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황은 달라졌지만, 삶의 중심은 여전히 ‘나’일 수 있습니다.
고통 자체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고난을 겪고도 어떤 사람은 하나님께 돌아가지만, 어떤 사람은 더욱 완고해집니다. 고통이 자동으로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누구 앞에서 해석하느냐가 사람을 바꿉니다.
회복은 더 잘 쌓는 데서 시작되지 않고, 하나님께 돌아가는 데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잘 무너져야 한다’는 말을 오해할 수 있습니다. 무기력하게 포기하거나 현실을 방치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잘 무너진다는 것은, 무너진 자리에서 더 이상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상대방도 잘못했습니다.”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이 말들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로만 자신을 지키다 보면 하나님께서 보여 주시는 더 깊은 진실을 놓치게 됩니다. 잘 무너진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이렇게 고백하는 것입니다. “주님, 이 일을 빨리 지나가게 해 달라고만 기도하지 않겠습니다.
이 일을 통하여 제 안의 무엇을 허물고 계시는지 보게 해 주십시오.
그리스도 안에서는 무너짐이 끝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거짓된 기초를 허무시는 것은 우리를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라는 새로운 기초 위에 세우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주를 시작하며 모든 것을 다시 잘해 내겠다고 다짐하기 전에, 먼저 주님께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무너진 일정을 붙들기 전에 마음을 살피고, 흐트러진 계획을 정비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의지하고 있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더 단단해져서 살아남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임을 인정하고, 주님의 손을 붙들며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의 소망은 무너지지 않는 나에게 있지 않습니다.
무너진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세우시는 하나님께 있습니다.
최근 내 삶에서 무너졌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무엇이며,
나는 그것을 빨리 복구하려고만 했는가, 아니면 그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드러내시는
내 마음의 교만과 두려움과 잘못된 의지를 살펴보았는가?
기도문
주님,
무너질 때마다 저는 원인을 보기보다
빨리 다시 세우는 일에만 마음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말씀 앞에서
제 상황보다 먼저 제 마음을 돌아보게 하옵소서.
무너진 자리에서 교만을 내려놓게 하시고,
제 힘이 아니라 주님을 붙들게 하시며,
다시 세워지는 삶의 기초가
제 의지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되게 하옵소서.
오늘도 조급함보다 회개를,
두려움보다 신뢰를,
자기확신보다 주님 의지를 배우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