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오해받는 것도 괴롭지만, 더 괴로운 순간이 있습니다.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쓰다가 자신마저 변해가는 순간입니다. 처음에는 사실을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마음이 달라집니다. 억울함은 분노가 되고, 분노는 상대를 향한 적대감이 됩니다. 어느 순간 진실을 밝히는 일보다 상대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그 억울함에 반응하는 우리의 모든 행동까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편 17편에서 다윗은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들로부터 구원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살펴 달라고 구합니다.
"주께서 내 마음을 시험하시고 밤에 내게 오시어서 나를 감찰하셨으나"(시 17:3)
다윗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의 잘못만 하나님께 고발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마음도 하나님의 판단 앞에 내어놓습니다. 이것이 다윗의 기도에서 발견하는 중요한 태도입니다. 우리는 억울할수록 자신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내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내 마음까지 옳다고 보증해 주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대의 잘못은 세밀하게 기억하면서도, 그 사람을 미워하며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은 좀처럼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잘못이 내 마음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윗은 원수들이 자신을 해치려는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자신의 걸음을 지켜 달라고 기도합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자신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잊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편의 마지막에서 다윗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의로운 중에 주의 얼굴을 뵈오리니 깰 때에 주의 형상으로 만족하리이다."(시 17:15)
다윗의 소망은 원수들이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 서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뵙고 그분으로 만족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모든 오해를 풀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을 수도 없습니다. 때로는 사실을 밝혀도 관계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잘못 때문에 나까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억울한 상황에서도 정직함을 잃지 않는 것. 상처를 받았어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사 람의 판단보다 하나님의 판단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하나님은 우리의 억울함을 아십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겪는 동안 우리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살피십니다. 오늘 우리가 구해야 할 은혜는 억울함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도 하나님을 닮은 사람으로 남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