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작정: 우연을 넘어선 영원한 계획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하나님의 작정들을 “자신의 영광을 위해 발생할 모든 일을 미리 정하신 그의 뜻의 경륜에 따른 하나님의 영원하신 목적”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우연히 돌아가게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자신의 뜻과 계획 가운데 모든 일을 다스리시는 분임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역사를 즉흥적으로 운영하시거나 갑자기 계획을 바꾸고 후회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영원 전부터 모든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왜 일어날지, 어떻게 사용될지, 결국 어디로 이끌어 가실지를 이미 아시는 분이십니다. 성경은 에베소서 1장 11-12절을 통해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기업이 되었다고 선포합니다.
세상은 우연과 운명의 충돌 속에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지혜와 목적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고난 속에서도 신뢰하는 이유: 하나님의 섭리
우리는 종종 삶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날 때 하나님의 작정을 어려워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안심하는 경향이 있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통제되지 않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나님이 정말 계신다면 왜?”와 같은 질문 속에서 우리는 혼란을 느낍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의 작정이 모든 일이 다 좋아 보인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이 모든 일을 잃지 않고 사용하신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요셉이 형들에게 버림받았던 사건은 당장 보기에는 실패였지만, 훗날 요셉은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창세기 50:20)라고 고백합니다.
형들의 죄는 분명 죄였고, 상처와 억울함은 실제였지만, 하나님은 인간의 악조차 당신의 구원 계획 밖으로 흘러가게 두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 앗수르의 예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는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이라는 중요한 균형을 보여줍니다. 북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떠나 우상숭배, 교만, 불의로 무너져 갔을 때, 하나님은 앗수르를 통해 이스라엘을 징계하셨습니다. 이사야 10장 5절에서 하나님은 앗수르를 “내 진노의 막대기요”라고 부르시며, 앗수르가 우연히 등장한 강대국이 아니라 하나님 손 안에서 사용되는 도구였음을 밝히십니다.
즉, 이스라엘의 멸망은 단순히 국제정세 때문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 아래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앗수르는 죄가 없을까요? 성경은 “아니다”라고 답합니다. 앗수르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욕망과 교만으로 움직였습니다.
“도끼가 어찌 찍는 자에게 스스로 자랑하겠느냐”(이사야 10:15)는 말씀처럼, 앗수르는 하나님의 손에 들린 도끼였지만 스스로 신이 된 줄 알았기에 하나님은 앗수르 또한 심판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앗수르를 사용하셨지만(하나님의 주권), 앗수르는 자기 죄에 대해 책임이 있었습니다(인간의 책임).
십자가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지혜
이 교리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 중 하나만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주권만 강조하면 “하나님이 다 하셨으니 나는 책임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앗수르의 예처럼 죄는 분명히 심판받습니다. 반대로 인간의 책임만 강조하면 세상이 전부 우연처럼 느껴져 절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이 역사의 배후에서 일하시며, 나라의 흥망성쇠와 인간의 모든 움직임이 하나님의 손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작가이시고 우리는 등장인물입니다. 등장인물은 자기 의지로 행동하고 죄를 짓지만, 작가는 전체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죄조차 하나님의 계획을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이 원리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사건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었지만, 예수님을 죽인 자들(가롯유다, 종교지도자, 로마 등)의 죄는 실제 죄였고 그들은 자기 욕망대로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죄악조차 사용하셔서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은 차가운 교리가 아니라 오히려 깊은 위로입니다.
세상이 완전히 인간의 손에만 달려 있다면 우리는 절망할 수밖에 없지만, 하나님은 통치하시며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십니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한 장면만 보고 모든 이야기를 판단하지만, 하나님은 처음과 끝을 동시에 보시는 분입니다. 지금의 눈물 너머를 보시고, 오늘의 실패를 넘어 만들어질 사람을 보십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모든 상황이 이해되는 상태가 아니라, 이해되지 않아도 미래를 아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입니다.